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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블로그

바람의 이름, 철학 연습, 자유

by 티월드스 2023. 11. 25.

바람의 이름

바람의 1권에 이어 2권은 그런대로 잘 읽혀져 갔다.1권에서는 이 소설이 앞으로 어떤 인물들이 어떻게 얘기를 전개할 것인지등에 대해 암시를 주고 복선을 깔고 있기에 기대와 예측이 컸던 것이다.기구한 운명일지라도 자신만의 길을 걷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소년 ’크로스’의 행보가2권에서는 잔잔하면서도 진실되게 자신의 운명을 신이 준만큼 사명감을 갖고 세상을 알고 그것을 받아 들이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에 감명이 깊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군데 군데 깔여 있어서 읽는 도중 무한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신비술사가 되고자 하는 크보스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고 뛰어난 재주와 능력을 시샘하고 모략에 빠뜨리려는 작자들도 눈에 띈다.

 

공명학 교수인 헴은 크보스의 뛰어난 공명술을 간파하고 첫수업을 대신해 줄것을 요청하지만 결국 크보스는 학칙 및 교수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결에 붙여 끔찍한 채찍을 당하고 문서관의 엠브로즈 또한 귀족이라는 신분 차이와 크보스가 똑똑하다는 이유로 그를 깔아 뭉개려 한다.어렵게 대학에 입학을 하고 남들은 몇 달이 걸려야 들어간다는 대신비 과정을 사흘만에 들어갔으니 시기,질투,모략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인간 세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한다. 크보스는 생활비,등록비를 채우기 위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그것을 충당하기 위해 류트라는 악기를 연주해 주고 돈을 버는등 어린 나이의 크보스는 삶이라는 자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개척해 나가며 데나라는 여친을 만나 꽉 막힌 가슴이 뚫리게 되고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맑고 고요해지며 여우같은 데나와 순진한 크보스의 만남과 대화가 한여름 휩쓸고 간 장마 뒤의 맑게 개인 하늘처럼 이 글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도 남는다. 그가 다니는 대학과 임레는 이해와 예술의 중심지이며,문명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곳으로 크보스는 진실과 사랑,앞으로 다가올 위기와 시련을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개척해 나갈거 같다.그의 친구 윌럼,시먼,디옥,여친 데나등과 대학을 마치고 과연 신비술사로서 멋진 세상을 만들어 갈지가 주목이 된다.또한 데나와의 관계가 단지 연인으로 끝날 것인지 인생의 동반 관계가 이어질지도 기대가 된다.

 

철학 연습

개인은 혼자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는 존재이다.개인을 포함한 가족,공동체,사회,국가라는 단위체와 맞물려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살아가야 하는 운명적인 존재이라고 생각한다.혼자서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신(神)이 아니고선 고독감과 우울증,자기 도피,자살이라는 함정에 빠져 제대로된 삶을 영위하기가 힘들 수 있기에 나를 벗어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지식과 지혜,타협과 협상의 연속 속에서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복잡다단한 현대 문명 속의 삶은 고단하기만 할 뿐 자신의 생각과 지혜를 십분  활용하면서 유유자적하면서도 사유의 힘을 숙성시키며 과연 살아가는 존재가 얼마나 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기득권층과 권력층이 그리고 남겨 놓은 제도와 유산을 콩고물 하나 더 얻어 먹기 위해 대다수의 삶은 이삭 줍는 삶이 지속되어 왔고,지식과 교양은 어느 정도 함양이 되었다 하더라도 냉엄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의 생각 끄집어 내기와 발현은 한낱 부질없는 공염불이고 사치에 가까운 존재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의 물질 문명의 뒤안길에는 선현들의 말씀과 가르침,이단적인 철학자의 삶의 계시 및 관조가 있었기에 굴곡의 점철이 있었을지라도 인간은 생각과 지혜를 겹겹히 쌓아 왔고 이를 문명의 발전의 기조로 삼았다고 생각한다.그 안에는 수많은 저서와 사유의 힘을 양조해 낼 수가 있었으며 올바른 인성과 인간 관계,사회 질서,현실 개입에 이르기까지 삶 속에서의 지혜와 숙성된 지혜는 보다 나은 개인의 삶과 문명의 발달을 가일층화시킬 것이다.

 

1부에선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부터 스피노자,키르케고르,니체,프로이트로 시작하여 하이데거,사르트르,레비나스,매를로퐁티 그리고 레비스트로스,라캉,푸코,들뢰즈,데리다등 현대 철학자를 열거하고 개인의 삶과 사회와의 연계를 통하여 현대철학을 소개하고 2부에선 철학을 현실 속에서 연습 내지 실행해 보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무리 지식과 교양,권력과 힘을 갖고 있다손 치더라도 삶의 철학이 올곧게 서있지 않는 자라면 독선과 망상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통치자의 경우에는 결국 아집과 편견,독선,독재로 비추어져 싸늘한 종말을 맞이해 왔음을 역사는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하물며 개인의 삶도 보다 나은 성숙된 영혼과 정신력을 발휘하고 타락한 도덕적 감성을 점차 복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즉 현대 사회인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문제인 돈,사랑,신체,관상술,터치스크린(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철학적인 개념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곰곰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어 본다.

 

현대적 철학 기초를 위시하여 현상학과 구조주의 현대 철학 연습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은 한 곳에 고여 있는 정지된 썩은 물이 아닌 새롭게 변화하고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가려는 몸과 마음의 증후의 표현이라고 할 수가 있다.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 문명 속에서 어떠한 사상과 계도를 따라가는 주때없는 삶보다는 튼튼하고 올곧은 생각을 땅에 심고 그 생각의 씨앗이 발아하고 잎을 푸르르게 함으로써 보다 현명하고 지혜가 녹아나는 풍요로운 개인,사회,국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자유

자유다운 자유가 무엇인가를 내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자유는 방종과 다르게 자신의 말과 행동에 전적인 책임을 다하고 마음과 몸으로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느꼈을때 참다운 자유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행복과 자유를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하고 주위와 조화와 균형,낭만과 멋,나만의 공간,영역을 확보하면서 일과 사랑이라는 틀을 공고하게 해 나갈 수 있을지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두툼하면서도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개성과 생각,작가조너선의 인물의 심리 묘사와 미국 사회의 단면을 함께 보여주는등 폭넓은 미국 현대인의 본능적인 양태와 진정한 의미의 사랑,행복,자유란 무엇인지를 넓은 의미에서 서사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점수를 주고 싶다.

 

스웨덴에서 건너 온 월터와 패티의 가족사와 형제,부부,자식들의 착 달라붙는 맞궁합이 아닌 왠지 불완전하고 기름과 물마냥 따로 노는 부조화 속에서 딴생각을 하며 때론 깊게 외도를 하고 상대는 맞불작전으로 나오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때까지도 갈라서지 못하고 살아야만 하는 법적으로만 부부이고 속은 빈 채 껍데기만 남은 처량한 모양을 미국인의 시각에서 잘 보여주고 있고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는 독자에 따라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이지만 인간의 삶과 행동이 늘 고귀하고 성인군자같이만 할 수 없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개연성에는 수긍이 간다.

 

3형제중 둘째로 태어난 월터는 아버지의 말과 지시를 고분고분 따라하는 착한 사람으로 묘사가 되고 패티는 고교시절 농구 선수로 활약하는등 왈가닥한 성격과 자유분방한 면이 다분하다.어째튼 이 부부가 가정을 이루고 살아감에 평온한 날이 없는 따로 따로 생각하고 감정을 품으며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잉꼬부부상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다.자연보존협회를 이끌고 청솔새를 보호하는 월터는 사회사업가로 비서인 랄리사를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챙겨주는등 부인 패티로부터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안정감과 환희를 느끼며 랄리사가 사고사로 죽는 날까지 그녀는 월터의 그림자가 되어 주고 동시에 든든한 조력의 바탕이 되어 준다.

 

반면 패티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하고 늘 비이성적인 태도와 분노가 심하고 월터의 존재 자체를 모욕하는등 남편으로 대우를 하지 않으며 남편의 동료후배인 리처드는 재미있고 카리스마가 있어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대낮에 공공연하게 자신의 집에서 남편 월터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의 욕망과 방황을 만회하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닌듯 하다.또한 그녀가 낳은 제시카와 조이(오누이)중 조이 역시 누구의 피를 물려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코니와 결혼까지 한 조이는 이라크 민간 회생이라는 명목하에 사업을 한답시고 제나라는 아가씨와 멀리 파라과이까지 동행하는등 모래알 같은 사이가 계속 되고 코니 또한 환각성 대마초등을 피우는등 가정을 갖은 사람으로서 벗어난 행동을 하기 일쑤이다.

 

서로가 사랑으로 만나 평탄하게 살아가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다만 삶이란 울퉁불퉁한 길도 많고 비가 온 뒤 질척거리는 땅마냥 걷기 힘든 삶도 있으리라.월터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믿음직했던 애인 랄리사가 돌연 사고사당하고 홀로 남게 됨을 패티가 알았고 엄마와 아빠가 결합을 하든 헤어지든 늘 마음 졸여 왔던 딸 제시카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패티는 자신이 해왔던 모순된 말과 행동,정서의 불안정등을 어느 순간 후회하고 깨달으면서 남편이 있는 거처에 나타나 자신의 지난  과오를 암묵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부부간의 오랜 방황과 욕망은 단정하고 성실했던 월터와 패티가 새 삶을 살아가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을때 과연 이를 한 부부의 갱년기로 봐야 할지 성격적으로 부조화로 인한 균열 현상으로 보아야 할지를 깊게 생각해 보게 한다.

 

살다 보면 일도 안되고 사랑도 식어 가는게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과연 덧없는 바람기를 동반한 욕망과 방황의 끝은 진정한 행복도 아니고 자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욕망과 방황 뒤에는 삶의 나락과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읽을 수가 있었다.6년간 월터와 패티가 껍데기만 부부인 채 살아가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그러한 삶이 과연 가정을 갖고 있는 부부가 취해야 할 행동이었는지를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에서도 헤아려 보는 시간이 되었다.어째튼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소유한 미국인의 관점에서 한 가족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보여 주었다는 점과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며 다양성과 차이라는 본질적인 부분을 중요시하지 않는 세태를 꼬집고 있는 이야기라는 인식도 든다.